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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커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의 의미

by Ius 2023. 2. 21.

동성커플 부부에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법적 의미와 함께 사회적 의미도 함께 보겠습니다.

 

소성욱 씨(32)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 행정 1-3부가 내린 원고 소성욱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글의 순서

  1.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

  2. 공단의 "패착"일까

  3. 공단이 후회할 터닝포인트

  4. 결코 가볍지 않은 금번 2심 판결이유

  5. 그래도 법적의미를 확대해석할 수는 없음

  6. 혼인의사가 있는 동성커플의 법적 지위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정

 

국민건강보험법을 간단히 살펴보자면, 국민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집니다.

 

① 직장가입자 등과의 관계를 판단하는 부양 요건, ② 피부양자가 되려는 자의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와 관련한 소득 요건, ③ 피부양자가 가진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와 관련한 재산 요건. 이 있습니다.

 

부양 요건은,  직장가입자(본인)를 기준으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 자매", :배우자의 직계존속", "배우자의 직계비속"에 속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배우자"의 의미에 관해 특별히 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법은 "배우자"의 의미에 관하여는 굳이 정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던 것일까요?   법이 소득 요건과 재산 요건에 관하여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2호 및 별표 1의 2(피부양자 자격의 인정기준 중 소득 및 재산요건)에서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 구분됩니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동성 간의 혼인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은데, 이번 판결로 그런 판단이 뒤집힌 것일까요? 이제는 동성부부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것인가요?  

 

공단의  "패착" 일까

 

간단한 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법(관습법)적으로 동성혼을 법원이 원칙적으로 인정했느냐는 이번 판결의 쟁점이 아닙니다.  원고 소 씨 피고 공단인 이 분쟁에서, 사건 전개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수"를 하였고, 그 결과 "특정 재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패소한 하나의 구체적인 사건에 기판력은 국한됩니다.  일반적인 법원칙으로서 동성 간 법적 혼인을 법원이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단 분명히 하였습니다. 

 

이 소송 판결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혼 5년 차에 해당하는 동성부부 소 씨와 김 씨가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 해당하는 것인지 건보공단에 문의한 것이 2020년 2월이었습니다. 

 

공단은 내부적으로 법률검토를 한 후 "가능하다"라고 답변하였던 것이고 그 결과 소 씨는 건강보험공단에서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에 관해 보도를 하면서 건강보험공단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언론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동성부부를 인정했다"라고 하자, 건강보험공단은 2020년 10월 소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무효로 하면서 보험료를 새로 부과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소 씨는 2021년 2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피부양자 자격 무효화에 따른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던 것입니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건강보험공단은 법률상 혼인이 아닌 남녀 간의 사실혼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대해서도 공단의 재량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여 오고 있다, 사실혼과 동성혼이 다를 것이 무어냐, 그러므로 동성혼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밀어붙였습니다. 

 

1심 법원에서는 공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은 2021년 판결 당시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 우리 법이 말하는 사실혼은 남녀 간 결합을 근본요소로 하기 때문에 동성결합으로 확장해석할 근거가 없다, 이성과 동성의 결합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판결이유에서 굳이 밝히고, 그러므로 동성 간의 결합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의 이번 2심(항소심) 법원은, 지난 2022년 11월 변론 당시 "사실혼이라는 용어가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공단이 이들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혼과 동성부부가 국민건강보험법의 관점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설명 요구하였었고, 

 

그 결과  2심 재판부는 판결이유에서, 소 씨와 김 씨를 두고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고 하면서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였고, 동성 간의 결합은 "동거, 부양, 협조, 정조 의무에 대한 상호 간 의사의 합치 및 사실혼과 동일한 정도로 밀접한 정서적, 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서,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도 판단하면서 소 씨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2심 판결이유에서는 "... 따라서 행정청이 이성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관계인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대우"이고,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 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이번에 밝힌 것입니다. 

 

 

공단이 후회할 터닝포인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사건을 대법원까지 가져갈 수도 있으므로, 아직 항소심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쯤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면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i) 사실혼 관계를 국민건강보험법 피부양자 자격의 "배우자"로서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그게 아니라면

 

(ii) 적어도 2020년 2월 소 씨의 질의에 대해 '동성혼 배우자를 법이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피부양자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회신 및 업무처리를 했었더라면 이런 분쟁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행정청은 재량행위의 영역에 있어서도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업무를 하여야 하는데,  공단은 일단 소 씨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처분을 했다가, 소 씨에게 생긴 권리를 박탈하는 처분을 한 것도 법적으로 엄밀히 "문제"입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금번 2심 판결이유

금번 2심 법원 판결은, 이번 판결 승패의 범위를 뛰어넘는, 사회에 대한 법원의 적극적 인식의 태도의 측면을 엿볼 수 있으므로, 판결의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일단, 동성커플에 대해 "동성 결합 상대방"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반복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즉, "동성 결합 상대방"은, "생활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 간의 결합 상대방"과 동일하게 보았습니다.  동일한 정도의 법적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관계라는 것입니다.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의 변화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수용하였습니다. 기존의 "가족"이라는 통념을, "생활 공동체"라는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면, 반드시 이성에만 그러한 생활 공동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동성결합"가족"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경제적 능력이 없어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건강 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의 피부양자제도의 적용에 있어서는, 동성결합상대방을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 는 논리입니다. 

 

그래도 법적의미를 확대해석할 수는 없음

 

다만, 위에서 본 금번 2심 재판부의 판결이유를 놓고, 동성혼에 대한 법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 의 쟁점인 "배우자"의 범위는, 어디까지나 "건강보험법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는 것이 옳으냐의 분쟁일 뿐이었고, "민법"상 혼인의 의미를 넓힌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다투어지게 될 질 지, 2심 판결이 뒤집힐지는 아직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이번 판결로써 건강보험에 있어서 경제적 약자인 동성커플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재판부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판결이유의 의미에 관해 향후에도 많은 판사들이 판결을 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참고하게 될 것이 분명하므로 이번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은 것입니다.  

 

 

혼인의사가 있는 동성커플의 법적 지위

 

이번 판결로써, 건강보험의 영역에서는 주목할 만한 분명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한 엔조이 동성커플이 아니라, 진정한 혼인의사가 있는 동성커플 입장에서는, 이 사회를 살아나가는 데에 아직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서로 부부로 생각하는 동성커플 간에 사망신고를 하기 어렵고,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며, 유족 연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서로 부부로 생각하는 동성커플 배우자와 함께 살던 주택이더라도 "그 주택에서 가정 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임차권 승계의 권리도 누리지 못합니다.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보호자"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수술이나 입원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고, 각종 주거 복지 정책과 체류 허가를 위한 비자 발급, 세제 혜택 등에서도 배제되고 있습니다.

 

동성커플의 혼인을 법적으로 인정할지 여부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더불어 이 나라의 존속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므로, 개인만의 보호만 앞세우는 것도, 혐오를 앞세우는 것도, 정치논리가 개입이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추후 국회와 법원과 행정부의 각종 법적 조치들은 사회와 문화 변화에 대한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므로, 앞으로도 그 추이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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